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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 28. 11:17
‘아시아 대우’ 퍼거슨, 차붐에 맞은 1979년 어느날
데일리안 | 입력 2013.02.28 09:2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우린 차범근을 막을 수 없었다. 해결 불가능한 존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72)이 지난 1979년 에버딘- 프랑크푸르트의 UEFA컵 1라운드 직후 뱉은 말이다. 당시 에버딘 감독이었던 퍼거슨은 프랑크푸르트 간판 공격수 차범근에게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다.
이후부터 퍼거슨은 아시아 선수의 잠재력을 더욱 높이 평가했다. 2004년
'중국 피터팬' 동팡저우 영입을 시작으로 박지성과 가가와 신지에게도 구애의 손길을 뻗었다.
영국 현지에선 아시아 시장 공략 의도가 담겨있다고 평가했지만 '차범근 효과'를 체감한 퍼거슨은 "내 영입철학에 마케팅 요소는 1%도 없다. 아시아 선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동팡저우에 대해서는 "타고난 신체조건을 갖춰 기술만 보완하면 경쟁력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벨기에 앤트워프로 3년간 임대 보내는 등 유럽적응과 실전감각 유지를 도왔다. 동팡저우는 앤트워프에서 70경기 35골을 넣어 퍼거슨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로 돌아온 뒤 슬럼프가 들이닥쳤다. 함께 성장한 맨유 2군 동료가 속속 1군에 입성, 상대적 박탈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치열한 경쟁에 신물을 느낀 동팡저우는 결국 2007년 맨유올스타-유럽올스타 친선경기를 끝으로 퍼거슨 감독과 헤어졌다.
비슷한 시기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승승장구했다.
박지성은 동팡저우나 가가와 신지와 달리 '유럽 면역력'이 강했다. 이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최악의 시련(홈 관중 야유)을 경험한 터라 담대해졌다. 퍼거슨 감독은 이런 박지성을 무척 아꼈다. 무엇보다 완벽한 프로페셔널이 마음에 들었다. 감정컨트롤에 능숙했고 경기 집중력도 높았다.
사실 동양선수 특유의 성실한 자세는 퍼거슨에게 낯설지 않다. 퍼거슨은 1979년 에버딘-프랑크푸르트 전에서 차범근의 인내력에 탄복한 바 있다. 당시 에버딘 수비수들이 과격한 반칙을 일삼았지만, 차범근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에만 집중, 팀 승리에 기여했다. 훗날 차범근은 "영국 수비수가 인종차별 행위까지 일삼는 등 견제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차범근에게 한 방 맞은 퍼거슨은 박지성에게서도 차붐과 닮은 점을 발견했다. 바로 '승리정신 DNA'였다.
박지성의 DNA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맨유-AC밀란전이 예다. 당시 밀란 선수들은 집요하게 달라붙는 박지성을 향해 윽박지르거나 주심 몰래 종아리도 걷어찼지만, 그의 사기를 꺾지 못했다. 박지성은 정당한 방법으로 공 빼앗기에 몰두할 뿐이다.
박지성이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면 팀 동료도 힘이 났다. 웨인 루니는 박지성 장단에 맞춰 더욱 열심히 달렸다. 영국언론은 이러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자이저"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이처럼 퍼거슨이 박지성을 소중히 여긴 이유는 분명하다. 퍼거슨은 동팡저우의 안타까운 적응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박지성에게 신경을 쏟아 부었다. 연골수명이 다한 무릎을 위해 평균 7일 간격 게임 출장을 권유했다. 불가피한 팀 사정으로 보름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땐 박지성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7년간 동고동락했다. 퍼거슨은 지난해 박지성이 갑자기 맨유를 떠나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좋아했던 손자가 토라져 나에게 말을 안 건다"고 박지성에 대한 그리움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다른 한편으로 가가와 신지를 영입, '아시아선수 애착'을 드러냈다.
퍼거슨과 박지성의 재회 악수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퍼거슨은 지난 24일 EPL 27라운드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원정에서 박지성 손을 잡아줬다. 'QPR 찬밥' 박지성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기 위한 작업으로 비춰졌다.
세계적 명장의 '향기'는 여기서 베어 나온다. 퍼거슨은 진귀한 공격수 차범근을 경험했기에 또 다른 아시아 선수 동팡저우, 박지성, 가가와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재능을 살려줬다.
퍼거슨과 박지성이 손을 맞잡았을 때, QPR 해리 레드냅 감독은 움찔했다.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 받은 퍼거슨 경의 '영향력'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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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차범근을 막을 수 없었다. 해결 불가능한 존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72)이 지난 1979년 에버딘- 프랑크푸르트의 UEFA컵 1라운드 직후 뱉은 말이다. 당시 에버딘 감독이었던 퍼거슨은 프랑크푸르트 간판 공격수 차범근에게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다.
◇ 퍼거슨은 지난 24일 EPL 27라운드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원정에서 박지성 손을 잡아줬다. (SBS ESPN 중계화면
캡처) |
영국 현지에선 아시아 시장 공략 의도가 담겨있다고 평가했지만 '차범근 효과'를 체감한 퍼거슨은 "내 영입철학에 마케팅 요소는 1%도 없다. 아시아 선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동팡저우에 대해서는 "타고난 신체조건을 갖춰 기술만 보완하면 경쟁력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벨기에 앤트워프로 3년간 임대 보내는 등 유럽적응과 실전감각 유지를 도왔다. 동팡저우는 앤트워프에서 70경기 35골을 넣어 퍼거슨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로 돌아온 뒤 슬럼프가 들이닥쳤다. 함께 성장한 맨유 2군 동료가 속속 1군에 입성, 상대적 박탈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치열한 경쟁에 신물을 느낀 동팡저우는 결국 2007년 맨유올스타-유럽올스타 친선경기를 끝으로 퍼거슨 감독과 헤어졌다.
비슷한 시기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승승장구했다.
박지성은 동팡저우나 가가와 신지와 달리 '유럽 면역력'이 강했다. 이미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최악의 시련(홈 관중 야유)을 경험한 터라 담대해졌다. 퍼거슨 감독은 이런 박지성을 무척 아꼈다. 무엇보다 완벽한 프로페셔널이 마음에 들었다. 감정컨트롤에 능숙했고 경기 집중력도 높았다.
사실 동양선수 특유의 성실한 자세는 퍼거슨에게 낯설지 않다. 퍼거슨은 1979년 에버딘-프랑크푸르트 전에서 차범근의 인내력에 탄복한 바 있다. 당시 에버딘 수비수들이 과격한 반칙을 일삼았지만, 차범근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에만 집중, 팀 승리에 기여했다. 훗날 차범근은 "영국 수비수가 인종차별 행위까지 일삼는 등 견제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차범근에게 한 방 맞은 퍼거슨은 박지성에게서도 차붐과 닮은 점을 발견했다. 바로 '승리정신 DNA'였다.
박지성의 DNA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맨유-AC밀란전이 예다. 당시 밀란 선수들은 집요하게 달라붙는 박지성을 향해 윽박지르거나 주심 몰래 종아리도 걷어찼지만, 그의 사기를 꺾지 못했다. 박지성은 정당한 방법으로 공 빼앗기에 몰두할 뿐이다.
박지성이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면 팀 동료도 힘이 났다. 웨인 루니는 박지성 장단에 맞춰 더욱 열심히 달렸다. 영국언론은 이러한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자이저"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이처럼 퍼거슨이 박지성을 소중히 여긴 이유는 분명하다. 퍼거슨은 동팡저우의 안타까운 적응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박지성에게 신경을 쏟아 부었다. 연골수명이 다한 무릎을 위해 평균 7일 간격 게임 출장을 권유했다. 불가피한 팀 사정으로 보름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땐 박지성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7년간 동고동락했다. 퍼거슨은 지난해 박지성이 갑자기 맨유를 떠나자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를 좋아했던 손자가 토라져 나에게 말을 안 건다"고 박지성에 대한 그리움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다른 한편으로 가가와 신지를 영입, '아시아선수 애착'을 드러냈다.
퍼거슨과 박지성의 재회 악수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퍼거슨은 지난 24일 EPL 27라운드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원정에서 박지성 손을 잡아줬다. 'QPR 찬밥' 박지성에게 따뜻하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기 위한 작업으로 비춰졌다.
세계적 명장의 '향기'는 여기서 베어 나온다. 퍼거슨은 진귀한 공격수 차범근을 경험했기에 또 다른 아시아 선수 동팡저우, 박지성, 가가와도 선입견 없이 바라보고 재능을 살려줬다.
퍼거슨과 박지성이 손을 맞잡았을 때, QPR 해리 레드냅 감독은 움찔했다.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 받은 퍼거슨 경의 '영향력'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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