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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강국을 가다] (1) 독일 "독일 복지 만족하지만..세금은 공평하게 더 거둬야"

[중산층 강국을 가다] (1) 독일 "독일 복지 만족하지만..세금은 공평하게 더 거둬야"파이낸셜뉴스|입력 14.01.01 16:24 (수정 14.01.01 21:38)


허리가 튼튼한 경제 강국 독일-16개월 된 아이 키우는 페트리 부부가 말하는 중산층의 삶

【 프랑크푸르트.다름슈타트(독일)=김학재 기자】 "독일의 복지제도에 만족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안전망이 다소 위축된 느낌이 듭니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근교에 위치한 다름슈타트에 거주하는 클라우스 페트리(39)는 우리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에서 수학과 철학,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다. 클라우스는 월 4500유로(약 650만원)의 수입 외에도 부인 비어기트 페트리(37)가 받는 2000유로(290만원)의 연금수입 덕에 넉넉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16개월 된 아들 야노쉬 페트리에 대한 정부지원금까지 나와 이들 부부는 고물가에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일반 중산층은 40~45%대의 세율을 적용받지만 6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클라우스는 공무원연금 덕에 10%대의 낮은 세율로 세후 4000유로(577만원)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 클라우스는 "솔직히 공평하지 않다고 본다"며 "복지재원이 재분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다름슈타트에 거주하는 클라우스 페트리(39·왼쪽)와 부인 비어기트 페트리(37), 아들 야노쉬 페트리.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만난 페트리 부부는 독일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면서도 일부 보완점을 지적했다.


■독일 중산층의 삶은

1일 독일 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중산층 소득은 4인가족 기준, 월 2370~5080유로(340만~730만원), 평균 3580유로(516만원)다. 이들 소득에 적용되는 40%대 세율을 감안하면 월 가처분소득은 2150유로(310만원)가량이다. 1인 소득 기준으로는 세전 월 1130~2420유로(160만~350만원)다.

이 같은 면에서 페트리 부부는 전형적인 독일 중산층에 속한다. 클라우스는 독일의 사회복지에 대해 "전반적으로 사회안전망이 줄어든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독일에선 공공연금 실수령액이 월급의 60% 수준에서 46%로 줄어들며 복지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분위기 탓에 사보험에 가입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직장을 다녔던 비어기트는 재직 당시 가입했던 연금을 통해 퇴직 이후 공공연금과 사적연금에서 각각 월 1000유로씩 받고 있다.

특히 비어기트는 "연금을 받고 있지만 시스템이 좀 어렵다"며 접근성 부족을 지적했다. 비어기트는 "실업자 등 단순한 사람들이 연금 시스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독일 공무원들이 게을러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부부는 업무 외에도 여가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다. 비어기트는 최근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개인적 문화생활을 보내고 남편 클라우스는 바둑을 즐긴다. 현재 아마4단의 실력이다.

클라우스의 하루 일과는 오전 6시30분 수업 준비로 시작된다. 오전 8시까지 자전거로 출근, 수업을 시작한 뒤 오후 1시 수업을 마치면 퇴근한다. 점심식사 이후 아들을 돌본 뒤 저녁에는 다음날 수업 준비 또는 학생들의 시험점수를 채점한다. 페트리 부부는 지난해 휴가로 유럽 각국과 아프리카를 다녀왔다. 봄에는 스위스에서 스키를 탔고 여름에는 모로코를, 가을에는 포르투갈에서 휴가를 보냈다. 연말 3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에는 라이프치히에 있는 부모님을 찾아뵙기도 했다.

클라우스는 독일 중산층으로서 사는 생활에 대해 "주위 대부분은 행복하고 만족해한다. 미래에 대해서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나 또한 일이나 여가 측면에서 굉장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높은 만족도의 원인으로 충분한 양의 휴가를 꼽았다. 기본적으로 1년에 30일가량의 휴가를 모두 사용하면서 일할 때와 쉴 때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이다.

■독일 소득차 확대…논쟁 여전

독일 내 계층별 월소득은 2000년대 들어 절대적·상대적인 면에서 격차가 확대됐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고소득층의 소득이 모두 증가했으나 미미한 소득 증가율과 달리 격차가 늘어난 것이다.

독일경제연구소(DIW)에 따르면 1993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매월 소득격차는 579유로(84만원)였지만 2009년에는 634유로(92만원)로 늘어났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소득격차는 이보다 더욱 확대됐다. 같은 시기 중산층과 고소득층 간 매달 소득격차는 1149유로(166만원)에서 1360유로(197만원)으로 확대돼 정서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얀 구벨 DIW 연구원은 "중산층 중 많은 사람이 낮은 소득그룹으로도 이동했는데 소득불평등 증가는 저소득층에 훨씬 더 심각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영구적인 소득양극화는 사회에 잠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은 물론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65%였던 중산층 비중은 2010년 들어선 58%가량으로 줄어들었다.

클라우스 또한 최근 빈부격차에 대해 한마디했다. 그는 "학부모 중에서도 한달에 2000유로(290만원) 수준의 벌이를 하는 경우 자녀 수학여행을 보내는 것도 빠듯해한다"며 "학생들이 수학여행비 500유로(72만원)를 못 내거나 용돈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데 최근 이런 사례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급기야 사회민주당(SPD) 안드레아 위클라인, 도리스 바르넷 등 독일 연방의원들은 독일 정부에 중산층 및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대한 186개의 비판성 질의를 보냈다. 이에 연방정부에선 총 162쪽 분량의 답변서를 제출하며 반박했지만 이 같은 질의 자체가 독일 중산층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사민당에 따르면 독일 중소기업의 약 60%가 유럽 인접국들로 제품을 수출하는데 주변국 경기가 좋지 않아 실적부진으로 자국 중소기업들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독일의 2011년 중소기업 창업률은 전년도에 비해 11%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 경영여건이 악화됐다. 연방의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벽 또한 높아 정부가 새로 개선책을 짜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같이 중산층이 몰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피부로 느낄 만한 세제혜택과 자녀 양육비 지원, 맞벌이 보육시설 확충을 제시해야 하는데 중산층 지원책은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hjkim01@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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