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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ews /social marketing issues

기업의 '논리'를 잊어라 - 매경 기사 (퍼옴)


[Trend] 똑똑한 소비자를 대하는 방법 …`논리` 를 잊어라


기사입력 2013.06.07 14:04:13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리얼리티 열풍`이다. 야생 속 생존의 이야기든 아빠와 아이들의 여행기든, 궁극의 목적지가 감동이든 치유이든, 리얼(Real)이라는 신(新)예능코드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위적 설정을 최소화하고, 대본과 상관없이 일어날 수 있는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상황을 시청자들이 지켜보게 한다. 다큐와 관찰의 조합이다. 아버지들이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여겨지던 다큐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한 `관찰형 예능`이 트렌드로 자리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진정성을 전달하여 사람들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이라는 예능의 비책은 비즈니스와 광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크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업`이라는 화자(話者)는 끊임없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하지만 `소비자`라는 청자(聽者)는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하물며 소비자들이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런 아이러니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마케터와 광고인들은 혜택이라는 당근을 주기도 하고, 자신들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비자가 손해라고 위협도 해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져 가고, 그만큼 더욱 요지부동이 된다. 그러면 기업은 왜 내 말을 못 알아듣느냐는 듯이 막강한 물량으로 더욱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실패를 거듭하면 할수록 더 철저하게 주입하고 교육하려 드는 것이 보통의 기업이요, 광고다. 

노벨상 수상자인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자신의 저서 `생각에 대한 생각(Thingking, Fast and Slow)`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은 두 생각체계(Two systems)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뇌 속에서는 이 두 가지 생각체계가 상호작용을 하여 주변의 자극에 반응하고, 이런저런 감정과 욕망을 갖게 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생각체계 중 하나는 `빠른 생각`이라고 불리고, 다른 하나는 `느린 생각`이라고 명명한다. `빠른 생각`은 본능적인 반응에 가까운, 습관적, 직관적, 충동적인 체계이고, `느린 생각`은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서 복잡하고 복합적인 대상에 대한 비교ㆍ분석을 하는 체계이다. 쉽게 말하면 자동적, 직관적 생각체계인 `빠른 생각`체계는 별다른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느린 생각` 체계는 가동을 하려면 특별한 정신적 노력이 필요하고 이런 노력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계속 가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두 가지 생각체계 중에 어떤 것에 호소하는 것이 쉽게 반응하게 하고, 빨리 행동을 변화시키겠는가.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여, 가르치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소비자의 변화를 유도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폭스바겐의 `Fun Theory` 캠페인이다. 친환경엔진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폭스바겐은 2010년부터 친환경정책을 펼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기업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이들은 비교, 분석적으로 환경문제와 자신들의 노력을 소비자들에게 교육하는 대신, 인간의 본성, 펀(Fun)에 집중한다. 스톡홀름의 한 계단을 피아노처럼 만들어 걸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를 내도록 하였다.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 대신 기꺼이 계단을 이용하였고, 즐겁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신나는 체험을 갖게 되었다. 폭스바겐의 Fun Theory 영상은 유튜브에서 2000만조회를 비롯해 소비자들에게 회자되며 자신들의 친환경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전파하였다. 




나이키 또한 거리에 농구골대 모양의 쓰레기통을 설치하여 거리의 쓰레기 수거율을 높인 바 있다. 우리의 일상에 스포츠와 나이키가 늘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청소년들이 스스로 전달하며, 나이키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것이다. 기업의 진정성과 노력이 이렇게 광고 콘티 하나 없이 소비자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스며들었고 자발적으로 퍼져나간 사례이다. 

이런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의 힘을 알고 있는 광고도 많다. 그런 광고들의 특징 중 하나가 제품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경쟁사 제품보다 어떤 점이 월등한지,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주입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이를 보는 소비자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최근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동원참치 광고 역시 제품이 주인공인 아닌 소비자가 주인공인 광고다. 아픈 아내에게 죽을 끓여주며 소중한 마음을 전하는 남편의 모습, 바쁘고 지친 엄마를 위해 어설프게 직접 만든 요리로 마음을 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소비자들은 광고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나도 모르게 한번쯤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불황기에 기업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성과를 보이기 위해 더 달콤한 당근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더 과학적인 논리로 무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소비자의 행동유발을 위한 동기를 찾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의 행동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듯하지만, 그들은 본성에 충실한 존재이다. 제품의 특장점을 비교 분석하는 깐깐한 이성보다는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직관의 힘이 더 깊이, 더 빠르게 작용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메시지를 주입시키고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대상이다. 그들을 바라보자. 관념에서 벗어나 그들을 관찰하다 보면 그들의 내재적인 욕구도, 비즈니스의 출구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제품의 진정성이 버티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박애리 HS애드 브랜드솔루션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