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新기업가정신 찾아라 ① ◆
SK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자율책임 경영
체제 `따로 또 같이 3.0`을 도입했다. 그룹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룹 총수 1인에게 걸리는 `과부하`가 야기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개선하고 기업 체질을 변화에
맞춰 혁신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1960~1970년대는 한국 산업 역사상 기업가정신이 가장 치열하고 충만했던 시기다. 오너의
동물적 사업 감각, 전광석화 같은 결단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작은 오퍼상, 건설사들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저력이었다.
한 세대가 훌쩍 지난 지금 기업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총수의 결단에 따라 기민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던 대기업은 비대해지고 관료화됐다. 오너의 지배력은 확고하지만 예전처럼 모든 것을 일일이
파악해 결정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오너 체제의 특성만은 변하지 않아 전문경영인과 중간관리자들은 여전히 오너의 결정만 기다린다.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키운 기업가정신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기업가정신의 쇠락은 장기 저성장 구조로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의 무기력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ㆍ경영학과 교수 및 주요 기업 임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6.3%가 `기업가정신이 침체된 상태`라고 응답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 또는 매우 높다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기업가정신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64.4%가 1960~1970년대 고도산업화 시대를 꼽았다. 이어 1980년~외환위기
이전 자본주의 안정화 시기(16.1%), 2000년대 초 벤처 붐 시기(10.3%) 등의 순이었다.
홍대순 아서디리틀코리아 대표는 "오너 1인의
카리스마적 기업가정신만으로는 안 된다. 조직 구성원의 멘털리티 자체가 말랑말랑해져야 하고 `사내 기업가정신`이 뿜어져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내 기업가정신은 대기업 조직 내에서 기업가정신이
조직적으로 발현되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20% 타임` 제도를 둬 모든 구성원이
업무시간의 20%는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프로젝트에 쓰도록 하고 있다.
◆ 新기업가정신 찾아라 / ① 맥끊긴 기업가정신 ◆
1967년
31세 청년 김우중이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자본금 500만원. 그해 대우실업은 싱가포르에 트리코트 원단을 팔아 58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원단 사업으로 돈을 번 김우중은 1970년대에 들어
거의 매년 새로운 업종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갔다. 영진토건을 인수해 대우개발을 세웠고 한국기계를 대우중공업으로
키웠다. 대우전자와 대우증권은 그 이후에 세워진 회사들이다. 대우그룹은
창업 15년 만인 1982년 마침내 국내 4대 재벌이 됐다.
이후 대우그룹은 IMF 환란을 겪으며 결국 붕괴되긴 했지만 기업가정신에 기초한 한국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 현대사에 이 같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 신화는 무수히 등장한다. 따지고 보면 현대차그룹도 1960년대까지는 영세 건설회사에 불과했고 SK도 유공 인수 이전까지는 그저 그런 섬유회사였다.
이들 기업의 거짓말 같은 성장 스토리를 떠받치는 핵심 단어는 `기업가정신`이다. 열정, 집념, 아이디어 하나로 기업생태계의 정점에 오르는 일이 그 시대에는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옛날 얘기다. 홍대순 아서디리틀코리아 대표는 "소득 2000달러 시대 한국에는 기업가정신이 넘쳐났다. 2만달러를 넘긴
지금은 혁신 DNA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고도성장시대 우리 기업의 혁신성은 `how`에 초점이 맞춰졌다.
"소득 2만달러 늪"에 갇힌 한국 경제 돌파구를 조직 구성원 각자의 기업가정신 재정립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업무시간의 20%를 각자 관심 영역에 투자하도록 함으로써 혁신과 기업가정신 DNA를 유지하고 있다. <매경DB>
그때는 시장, 고객, 기회가
널려 있던 시절이다. `어떻게` 전망 있는 사업 대상을 포착하고 `얼마나 재빨리` 선두기업을 따라잡느냐에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났다. 오너의 카리스마가 곧 기업가정신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1980년대 이후
산업화 완성기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기업가정신의 마술은 급격히 위력을 상실한다. 이미 선점자들이 채워버린
기회의 땅은 신참자들이 진입하기엔 너무 문이 좁았다. 대기업집단의 설립 시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상호출자ㆍ채무보증제한기업집단을 보면 1980년
이후 설립된 회사는 웅진, 이랜드(1980년), 부영(1983년)뿐이다.
형식상으론 2000년 설립된 대우조선해양과 2001년 문을 연 STX그룹도 해당되지만 기존 대기업에서 갈라져 나왔거나 공기업 형태여서 신생 민간 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위
`재벌`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신규 진입 확률은 더 떨어진다. 30대 그룹 중
1980년대 출생은 재계순위 20위인 부영이 유일하다. 부영
설립 이후 만 30년째 사다리를 오른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성장시대, 그리고 이병철ㆍ정주영식 기업가정신의 종언을 보여준다.
혁신의 퇴조는 단지 신규 진입 단절에서만
관찰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기령 타워스왓슨 대표는
"1960~1970년대 다람쥐처럼 움직이던 대기업이 지금은 공룡처럼 비대해졌고 조직은 관료화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급전직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이병철과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세상의 문법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김승종 콘페리 대표는 "기업가정신의 양상은 시대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새로운 차원의 직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의 초점이 `how`에서 `what`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잡아야
할 타깃이 명확할 때는 따라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하는 지금은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새로운 차원의 혁신 DNA, 즉 신기업가정신이 받쳐줘야 한다.
신기업가정신은
조직 구성원들의 자율적 창의에 기반할 때 최상의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홍대순
대표는 "한국 기업에서도 구성원들의 자율과 창의를 강조한다.
그러나 이것이 기업 의사결정에까지 반영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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