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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함과 아는 것 - 매경기사(퍼옴)

[CEO 심리학] 친숙한 것과 아는 것의 차이

친숙함을 아는 것으로 착각…`메타인지의 함정` 피하려면 비전·전략 직원에 설명을


기사입력 2013.06.07 13:58:00


우리는 종종 친숙한 것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실제로 인간은 자신이 무엇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엉뚱하게도 친숙함에 기초를 두고 판단한다. "대한민국의 수도 이름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예"라는 답은 쉽게 나온다. "과테말라에서 7번째로 큰 도시 이름을 아는가?"라는 질문에도 "아니오"라는 대답이 같은 속도로 쉽고 빠르게 나온다. 그런데 이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생각이 지닌 대단한 능력으로 볼 수 있다. 

컴퓨터가 파일이나 정보가 하드디스크에 있다고 간주해 `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점은 그 파일 혹은 정보를 검색해서 찾는 순간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모른다`, 즉 그 파일 혹은 정보가 하드디스크에 없다고 대답하는 것은 자신의 하드를 100% 검색해 보고 나서야 가능하다. 따라서 모른다는 대답은 안다는 대답보다 무조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럼 인간은 어떻게 이 어려운 모른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가? 친숙함에 기초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테말라라는 나라는 생소하다. 또한 `7번째로 큰 도시` 같은 이야기 역시 살아오면서 거의 접하지 않은 이야기다. 따라서 이 둘의 조합을 내가 알 리가 없다는 판단이 쉬운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하는 기제를 심리학자들은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부른다. 

그런데 어떤 대상이 친숙하기는 한데 실상 잘 모르는 것이라면? 메타인지가 우리로 하여금 치명적인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순간이다. 실제로 우리는 종종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면서 어떤 대상을 접하거나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삐걱대고 어려움을 겪는 순간을 경험한다. 도서관에서 자신있게 시험공부를 마치고 교실에서 시험지를 받자마자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하는 학생, 고장나 멈춰 선 자동차의 보닛을 자신있게 열어본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발견하곤 난감해 하는 운전자, 잘 알고 있는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그 계획의 중요한 세부사항들을 거의 모르고 있음을 느끼고 막막해 하는 경영자 등 수많은 사람이 `많이 봐서 친숙한 대상`에 대해 실제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음을 발견하고 난감해 한다. 


그렇다면 친숙함이 우리로 하여금 빠지게 하는 함정은 여기가 끝인가? 아니다. 더 큰 함정을 만든다. 왜냐하면 친숙함은 우리로 하여금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고 이는 다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친숙함이 주는 판단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의 지도교수이자 `스마트 싱킹(Smart Thinking)`의 저자로 우리나라에도 꽤 익숙한 인물인 텍사스대학 심리학과의 아서 마크맨(Arthur B. Markman) 교수에게서 들은 말 중에 중요한 해답이 있다. 

바로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지식이 있다. 첫 번째는 알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남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지식이다. 두 번째는 알고 있다는 느낌도 있고 남에게 설명도 할 수 있는 지식이다"라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후자만이 지식이다. 전자는 내가 스스로에게 속고 있는 것일 뿐이다. 단순히 상대성 원리를 생각해 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그 원리를 설명까지 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다.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계획과 전략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에서부터 말단에 있는 부하에 이르기까지 다    양한 대상들에게 직접 설명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디를 어떻게 모르고 있고 따라서 어떤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년 전 모 방송사와 함께 전국 최상위권 학생들이 평범한 학생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조사해본 적이 있다. 

    지능지수, 부모의 학력 혹은 소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유일한 차이점이자 그들 내의 공통점은 메타인지가 뛰어나다는 것이었으며 이 메타인지는 설명하기를 통해서만 상승한다. 많은 점잖은 CEO들이 "말 안 해도 알지?"라고 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폴로어들이 잘 알고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을 하지 않으면 폴로어들도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된다. 의견을 모을 때는 자신의 입을 닫고 경청해야 하지만 자신의 전략은 최대한 친절하게 여러 대상에게 여러 번 설명해줘야 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 양쪽 모두를 위해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