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Guru] 지구상 최고의 직장은?
롭 고피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3년간 연구하다
직원들 가치 높여주고 개인 - 조직이 `공유된 의미` 가져야…애럽·웨이트로스·LVMH가 좋은 예
기사입력 2013.06.14 14:08:09
한국 직장인들은 불행해 보인다. 최근 한 취업 포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자기 직장이 좋은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좋지 않은 직장에서 일한다고 스스로 자책하는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구상에서 최고 직장은 어떤 곳일까. 직원들이 최고 성과를 내는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 롭 고피(Rob Goffee)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최근 3년간 이 문제를 붙잡고 씨름했다. 전 세계 경영자 수백 명에게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고피 교수는 최고의 직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6가지로 압축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진짜 자아를 지킬 수 있는 직장, 정보 흐름이 억압되지 않는 직장, 직원들에게 가치를 쥐어짜기보다는 직원들 가치를 높이는 직장,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장, 일 자체가 보상이 되는 직장, 바보 같은 규율이 없는 직장 등이다. 고피 교수는 매일경제신문 MBA팀과 이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직원들이 자신의 진짜 자아를 지키며 일할 수 있는)진정성 있는 조직(authentic organization)이야말로 최고의 직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피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 6가지 조건은 어떻게 얻었나.
▶ "우리가 만난 경영진 수백 명이 최고 직장에 대해 묘사한 내용을 우리 나름대로 요약한 것이다."
- 6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직장이 존재하나.
▶ "추구해야 할 이상(ideal)이라고 할 수 있다. 6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직장을 찾기란 어렵다. 그러나 각 조건을 충족했거나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찾아냈다. 내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기고한 `최고의 직장을 창조하기`라는 글에서 여러 기업 사례를 제시했다."
고피 교수는 `직원들이 진짜 자아를 지키며 일할 수 있는 직장` 사례로 설계ㆍ디자인 기업인 애럽, 식품 소매기업인 웨이트로스, 글로벌 명품 기업 LVMH 등을 들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직원 간 개인 차를 북돋운다는 점. 옷 입는 방식, 출근 시간 등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진짜 자아에 맞는 방식으로 옷을 입고, 출근 시간을 정하라는 뜻이다. "다수가 청바지를 입고 일하는 곳에서 정장을 입고 일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직장, 다수가 10시에 출근한다고 해도 9시에 출근하는 몇 명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직장이어야 한다는 뜻이죠. 물론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예요."
이처럼 개인 차이가 드러나는 직장을 만들어야 직원들이 진짜 자아를 지키면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고피 교수는 주장한다. "LVMH가 그런 회사죠. 정반대 타입인 직원들이 함께 협력하며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했어요."
LVMH는 채용 단계에서부터 개인 차이를 인정한다. 창의적인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시장 기회를 면밀하게 모니터하는 분석적인 인재를 함께 채용한다.
- 그러나 개인 차를 북돋우면 조직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 애럽에서는 건축가, 엔지니어, 측량사, 프로젝트 매니저 등이 한 방에서 일한다.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 같다.
▶ "간단히 답할 문제가 아니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애럽 이사회 멤버인 트리스트램 카프레조차 `(매우 다양한 개인과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큰 성취감을 느낄 때가 많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좌절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때때로 찾아오는 좌절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갖고 시간을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최고의 조직을 만들겠다는)대의에 헌신하겠다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필립 딜리 애럽 회장이 그런 사람이다. 애럽은 다양한 스킬과 인성을 갖춘 인재들을 흡수하는 능력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질서정연함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다. 딜리 회장은 `조직이 완전히 질서정연해지지 못하게 막는 것이 내 임무`라고 말했다."
- 웨이트로스 사례도 인상적이다. 웨이트로스 한 임원이 "가족과 친구들이 내가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직장 밖에서 보던 평소 모습과 똑같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놀랐다고 한다. 왜인가.
▶ "이상적인 조직이라면 집에 있을 때 모습 그대로, 친구들과 만날 때 모습 그대로, 다시 말해 진짜 자기 모습 그대로 직장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일을 할 때 진짜 자아에서 소외되는 느낌이 들지 않게 된다.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사내에서 정보 흐름이 억압되지 않은 기업 사례로 당신은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르디스크(Novo Nordisc)를 들었다. 이 회사가 채택한 `조직 소통 프로세스`를 일반 기업들에도 권하고 싶은가.
▶ "노보 노르디스크에서는 경험 많은 조직 전문가들이 전 세계 모든 계열사들을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무작위로 관리자와 직원들을 인터뷰해 정보가 제대로 흐르고 있는지 조사한다. 나쁜 소식도 반드시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게 신속하게 알리고 있는지 점검한다. 나는 기업들이 열린 소통을 위해 이 같은 프로세스를 채택해야 한다고 본다."(고피 교수에 따르면 노보 노르디스크는 정보 흐름이 막혀 큰 손실을 입고 난 뒤에 `조직 소통 프로세스`를 확립했다. 이 회사 주력 약품인 인슐린을 생산하는 덴마크 공장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정을 어겨 미국 수출이 거의 막힐 뻔했다. 그러나 매드스 외블리젠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아무도 `나쁜 소식`을 CEO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외블리젠 CEO는 정보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조직 소통 프로세스`를 가동하게 된다.)
- 당신은 기업이 정보 소통을 위해 `급진적인 정직함(radical honesty)`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내가 HBR에 쓴 글에서 언급했듯이 (다양한 소통 채널을 열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 경영진이 듣기 싫은 정보에 노출되면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등)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소셜 미디어 영향력이 엄청난 세상에서는 급진적인 정직함은 매우 시급한 과제로 여겨져야 한다."
고피 교수는 고용주와 직원 관계가 많은 산업에서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직원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가치를 뽑아내느냐가 중요했죠. 그러나 이제는 직원들에게 얼마나 많은 가치를 불어넣느냐가 관계의 핵심이 됐습니다." 고피 교수는 HBR 기고에서 "후자야말로 생산성 향상이 진짜 의미하는 바"라고 말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적극 돕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피 교수 주장에 의문도 제기된다. 직원들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경향은 오래됐다는 것. 따라서 이를 이유로 고용주와 직원 관계가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새로울 게 없다는 주장이다.
- 직원들을 쥐어짜지 말라는 얘기는 예전부터 강조했던 게 아닌가.
▶ "직원들에게 가치를 불어넣기 위한 노력은 구글 애플 등 엘리트 기업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모든 산업 분야와 비(非) 엘리트 직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고용주와 직원 관계가 바뀌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HBR 기고에서 (비엘리트 회사인)맥도널드 사례를 밝힌 것도 그래서다."(맥도널드는 일선 직원들의 자기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 영국법인은 5500만달러를 투자해 직원 8만7500명에게 다양한 국가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직원들이 본인 가치를 높이려면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이와 관련해 당신은 개인과 조직이 `공유된 의미(shared meaning)`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왜인가.
▶ "공유된 의미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서로 강력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일을 하는 중에 진짜 자아를 잃지 않게 된다."(예를 들어 개인이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업무를 조직이 중요한 가치로 추구할 때 직원은 업무 의욕을 잃고 불행감을 느끼게 된다.)
- 공유된 의미를 바탕으로 일한다면 일 자체가 보상이 될 것 같다. 일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일을 보상이라고 여기는 직원들은 별로 없다.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리더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 "직원들이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무엇이 직원들을 흥분시키는지, 직원들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더의 주장과 가정을 직원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 최고의 직장을 창조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 "주주 자본주의에 숨겨진 힘이다. 이 힘의 속성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장기보다는 단기 수익성과 재무적 이익을 창출하라는 압력이다. 둘째는 직원들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직원들로부터 가치를 쥐어짜려는 태도다. 리더와 기업이 주주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에 굴복하면 최고의 직장을 만들기 위한 6가지 조건은 충족하기 어렵다. 한 가지 장애물을 더 든다면 관료주의라고 할 것이다."
■ He is…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다. 조직 행동 분야가 전문이다. 헤이네컨, 악사, 인터콘티넨털 호텔, KPMG, 네슬레, 싱가포르항공 등을 컨설팅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글 가운데 최고를 뽑아 시상하는 맥킨지 어워드 수상자이기도 하다. `클레버(Clever)` 등 저서 1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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