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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thinking /old columns and something

지속가능경영과 우리의 미래

남태평양에 투발루라는 작은 섬나라가 있다. 투발루는 고리처럼 둥글게 배열된 9개의 산호초로 이뤄진 면적 26km2의 섬나라다. 서울 종로구보다 약간 큰 크기다.남태평양의 아름다운 낙원과도 같은 이 곳이 지금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섬으로 밀려드는 조수는 최근 몇 년간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조수가 가장 높아지는 2월이 되면 섬의 주요도로와 밭은 모두 물에 잠기곤 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발루 정부는 2001년 국토포기 선언을 했고, 그 이후 주변국인 뉴질랜드 등은 국민 이주신청을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대로면 50년 안에 전 국민인 1만 여명 모두가 대피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투발루는 지구온난화로 세계지도 상에서 사라지는 첫 국가로 기록될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전 지구적 환경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앨 고어가 말한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을 보았는가? 아직도 혹자는 환경문제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말하지만, 현 상황이 위기라는 인식은 이미 보편적 견해임이 분명하다. () 다양성의 문제, 물 부족 문제, 유해물질 규제에 관한 의사결정, 산업안전사고에 의한 환경피해 및 건강위협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리스크(risk)의 강도는 점점 증폭되어 왔다. Precautionary Principle(사전예방의 원칙)은 쉽게 표현하면 과학적 검증보다 뭔지 모르는 두려움을 피하는 것이 우선한다는 개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차가운 과학적 지성을 앞세워 판단하기에는 이미 현실적으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물론 단순한 느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이 더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예방책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들끓게 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 현재 다국적 커피회사는 공정무역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모 커피회사는 커피생산 농민 사진과 함께 우리 커피를 사는 것은 커피 재배농부의 삶에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광고한다. 왜 공정무역이 커피회사 홍보에 쓰이는 것일까? 바나나, 커피, 면화, 초콜렛 등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세계적으로 거래되고,재배과정에서 토양이 황폐화 된다.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살충제의 25%가 면화재배과정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환경규제는 거의 없고, 노동력은 매우 값싸게 이용된다. 결국 이러한 농작물은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의하여 더 나은 기업환경을 찾아 재배되며, 생산농부에 돌아가는 이윤은 턱없이 낮다. 환경분야도 마찬가지다.결국 1990년대를 지나오면서 기업들은 유기농 생산의 압력 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서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성에 대한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면서 고려해야 하는 가치는 더 이상 재무적 가치에 국한할 수 없다. 위의 예에서 보듯,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야기되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 공급망을 고려한 사회적 책임의 문제가 기업가치에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인식변화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멀게는 1972 6월 스톡홀름선언이라고 불리는 UN인간환경회의에서 제시한 환경과 개발은 모순된 것이 아니며, 환경보호 범위 내에서 경제적 개발을 인정하자는 국제협력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북유럽의 산성비 문제가 국가간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간 협상에서 환경문제뿐 아니라 빈곤, 기아문제, 인간문제, 남북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되었다. 이후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에서ESSD(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되었고, 1992년 리우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 산업계에 있음을 밝히게 되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된다. , 경제적으로 풍족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누리는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후손은 그 결과로 인해 환경적, 사회적 풍요뿐 아니라 경제적 풍요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계, 즉 기업은 어떻게 변해야 될까? 우선, 재무적 가치만 추구하면 안된다. 지금까지 다소 간과해 왔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을 다하여 그 안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기업의 전략적 접근을 통해 경쟁우위화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과 변화가 없으면 기업은 곧 망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기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들을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이해관계자라 부른다)들이 기업을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위기에 처하거나 사라져간 많은 기업들이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그러한 오 사례(worst case)’를 끄집어 내는 것보다, 우리에게 인식의 전환을 주는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려 한다.

 

독일에 리테일, 대형유통기업으로 OTTO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자사를 통해 매매되는 상품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에 입각하여 생산된 제품이길 기대했다. 독일사회의 분위기상 그렇지 않은 제품을 팔다가는 소비자와 지역사회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불매운동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유통만 할 뿐이지만,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이유로 판매하는 제품의 제조사의 친환경적, 사회적 생산과정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OTTO 2004 ‘Cotton Made in Africa’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다. 우선 재단을 설립하여 푸마, 아디다스 등의 협력제조업체와 WWF(야생동물기금)  NGO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여 아프리카의 잠비아, 베넹 등지의 유휴지를 개간했다. 이 토지를 통해 유기농 방식의 면화를 생산하며, 특별한 일자리가 없던 지역주민들에게는 그 시장의 구매력을 담보할 수 있는 합리적 임금을 지불하여 농부로 일하게 했다. 여기서 생산된 면화는 푸마와 아디다스 등에서 책임지고 구입하여 의류제품을 생산하고 그 제품은 OTTO에서 마케팅, 판매했다. 그 결과 OTTO는 매출이 증대되고 잠비아를 비롯한 중앙아프리카의 면화생산지역의 경제가 활성화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명제 하에서 어떠한 인식의 전환과 경영활동을 전개해야 하는가라는 다음과 같은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우선 마케팅, 공급망관리, 대외협력, 홍보, 사회공헌, 재무적 기능이 통합(integration)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둘째는 이러한 통합적 접근방식을 통해 이해관계자와의 요구 충족 뿐 아니라 경영리스크의 관리가 가능해진다. 셋째로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지속가능경영의 시대에 OTTO는 경쟁사들에 비해 전략적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 어차피 기업은 경쟁우위를 가져야 하는 것이고, 요구에 단순한 대응보다는 그 요구를 전략적으로 승화시키는 적극적 활동을 통해 경쟁우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ㅇㅇㅇㅇ은 현재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위한 도약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금껏 회사의 성장을 위한 시각을 너무 좁게 가져간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2%에 불과하며, 지난 50년간 전세게5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4%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2,500여 개 글로벌기업이 왜 지속가능경영에 목을 매는지는 명약관화하다. ㅇㅇㅇㅇ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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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모 회사 격월(7~8월) 사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