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보고서는 전략적 경영도구
최근 “지속가능성보고서”라는 이름의 기업보고서에 대해 관심을 갖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서스테이너빌리티 리포트”(sustainability report)라고 하는데, 영어권 국가에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Report, 국내에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지속경영보고서, 사회책임보고서 등 여러 명칭으로 혼재되어 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보고서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실천한 성과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로 표현하여 의사소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대기업, 공사, 최근에는 다양한 업종의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ㅇㅇㅇ도 작년에 이어 2008년에 두번째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지금이야 말로 지속가능경영과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이것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상에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고려해야 할 문제를 짚어보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을 일회성 이벤트로 인식하면 기업이나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여기서는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간과정에 따라 올바른 의미와 필수 요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자!
첫째,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 작성 프로세스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 회사에게 지속가능경영은 어떤 의미이고, 우리 회사가 지속가능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기업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단순히 사회공헌활동에 많은 돈을 사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며, 환경오염물질 배출관리를 잘한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다. 경쟁자보다 우월한 환경친화제품을 생산하는 것만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은 전통적인 재무론에서 말하는 기업의 경제적 성장(기업가치 극대화)과 다를 바 없다. 단지, 지금 이 시대가 기업이 과거처럼 환경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이윤창출’만을 위해서 경영활동을 한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업의 시대적 사명(기업시민의식에 대한 요구)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모습은 바로 경제, 환경, 사회적 성과를 공히 추구해야 하는 전략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기업의 전략적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성과를 표현하는 방식은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생각하는 회사의 지속가능성 이슈는 반드시 지속가능성보고서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이슈는 무엇인가? 이해관계자 분석을 통해서 그 이슈가 도출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슈를 회사에서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해관계자와 공유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철강회사의 지속가능경영 핵심이슈는 ‘자원확보’이다. 전자회사의 핵심이슈는 ‘신기술 개발능력’이다. 유통업체의 핵심이슈는 ‘마케팅과 공급망관리’라고 볼 수 있다. 화학회사의 지속가능성 이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과정은 필수적이고, 이러한 절차는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의미있게 다뤄져야 한다. 환경보호와 사회공헌활동을 단순히 나열하는 백화점식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지양되어야 한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지속가능성보고서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전략적 경영도구이다. 회사는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함에 있어서 전략적인 접근과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그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수익성과 환경, 사회적 성과의 균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지속가능성보고서는 전략적 접근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마케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 사회공헌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역사회에 공헌활동을 한다면, 그 내용을 지속가능성보고서에 그대로 기술하는 것보다는 이해관계자의 정보요구 수준에 맞춰 설명해야 한다. 따라서 회사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부정적 정보(negative information), 즉 법률위반 건수, 사고 등의 포함여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다 진정한 고민은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내용을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데에 있다. 부정적 정보라도 입장과 논조에 따라 궁극적으로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타 회사의 지속가능성보고서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동종업종의 타 기업보고서를 검토해 보면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가 있다. 특히 추진조직형태, 최고경영층의 메시지,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목차구성방식, 성과관리제도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은 회사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최초 발행한 이후에도 지속가능경영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외부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으로서 활용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내용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즉 다양한 기업환경과 업종, 사업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모든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의 모습은 그 기업 수만큼 다양할 수 밖에 없다.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하는 성과지표를 채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가 얼만큼 지속가능경영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바꿔 표현하면 가이드라인의 성과지표를 100% 채우지 않아도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중요성, 신뢰성 측면을 충족하면 된다.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목차도 전략적 틀 내에서 결정되는 것이지 가이드라인의 구성을 기반으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외부 검증으로 신뢰성을 높이자!
검증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통해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할 때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절차로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경험있고 전문성이 있는 기관을 선택하여 회사가 준비한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한 검증을 받는 절차 자체만으로도 지속가능경영의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짧은 지면을 빌어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는 과정 중에 생각해 볼 사안을 몇 가지 언급해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로 많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데, 수 년간 이 분야에 있던 필자로서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기업들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고언을 해야 할 시기라는 의무를 느낀다. 전체적인 우리 산업계의 방향성은 전반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 중심에는 이러한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기업들이 있으며,그러한 고민이야말로 앞으로 더욱 진정한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기업이 되는 밑거름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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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모 기관 간행물 가을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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