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 추진 동향
- LG전자 사례 포함
2000년 이후 국내 산업계에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많은 논의가 시작된 이래로 사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 역시도 지속가능경영(CSM: 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 산업사에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던 개발과 성장, 나아가 수익성의 확대라는 절대적 가치는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영환경 하에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과 존속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인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저해하면서 사회적 책임과 환경적 책임에 충실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최근에 이러한 오해가 많이 사라지면서 각 산업의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을 표방하는 현상이 많아지게 되었고 그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글에서는 이렇듯 도입단계에 있는 국내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고 그 특징을 요약해 보며 앞으로 좀더 발전적인 모습을 갖추려면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살펴볼 기회를 갖고자 한다. 덧붙여 최근에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LG전자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지속가능경영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속가능경영을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하는 수단으로는 지속가능성보고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로 그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모습을 살펴본다면 우선적으로 양적인 성장을 인식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는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의 수가 2005년 말을 기준으로 720개 기업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포스코와 현대자동차,삼성SDI 등 소수의 기업을 중심으로 발간되던 보고서가 최근 1~2년 사이에 20여 개에 달하게 되었다. 아직 유럽이나 일본 등의 수준과 비교해 보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들여다 보면, 국내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수출입의 비중이 높거나 국제 환경규제 등과 관련성이 많은 산업에 속한 전기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대기업이 그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그 업종을 나열해 보면, 전기전자(삼성SDI, 삼성전기, LG전자), 자동차(현대차, 기아차), 석유화학(SK, 한화, 한국다우코닝, GS칼텍스) 이외에 유통(롯데백화점), 항공(대한항공), 통신(KT), 생활용품(유한킴벌리), 철강(포스코), 금융(신한은행, 현대해상) 등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정책기조와 발맞추어 공기업(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공사)의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현재 발간되지는 않았으나 3곳 이상의 공기업에서 내부적으로 지속가능경영전략을 구축하고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에 지속가능경영의 도입을 표방하고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인 LG전자는 2005년 하반기부터 내부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영환경 하에서 기업의 성장을 통해 명실상부한 1등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활동 전반의 검토가 필요했으며 그 결과 경제적 측면에서는 블루오션경영을 화두로 하여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전사적으로 보다 앞서나가는 환경경영활동을 전개하여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자 하였으며 사회적 측면에서는 기업윤리 준수와 사회공헌활동의 확대를 통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는 에코디자인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사회공헌헌장 선포식을 거행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면서 LG전자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앞서 4가지의 주제에 대한 실무적 검토를 거쳤다. 그 첫째는 ‘각 부문별 개별활동만으로 시장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가’, 둘째는, ‘잠재된 비재무적 리스크 관리의 현재 수준은 충분한가’, 셋째는, ‘환경/사회적 책임활동과 기업 브랜드가치는 전략적으로 연계되어 있는가’, 마지막으로 ‘능동적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갖추고 있는가’였으며 검토 결과,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간과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공유를 통하여 향후 Agenda의 방향성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해관계자들이 LG전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떠한 비판을 하고 있는지 조사를 하는 과정이 있었으며 내부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지속가능성 이슈와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스스로 깨닫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인터뷰, 워크샵,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모든 결과는 경영층에 보고되었으며 지속가능경영 실무 추진조직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LG전자의 지속가능경영 전략방향을 구축하였다.
또한 지속가능경영을 앞서 추진한 기업을 방문하여 담당자 인터뷰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였으며, 벤치마킹 결과를 Gap Analysis를 통하여 LG전자의 추진방향을 설정하는데 Reference로 삼았다.
약 8개월간의 지속가능경영 구축과정의 결과를 바탕으로 LG전자는 2006년 상반기에 지속가능성보고서의 형태로 이해관계자와 의사소통하기로 결정하고 보고서 발간작업을 진행하여 최근 9월 말에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다.
또 다른 LG계열사인 LG화학, LG필립스LCD 등에서도 지속가능경영 이슈와 관련하여 실무검토를 거치고 있으며 조만간 LG전자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산업계에서 지속가능경영의 양적인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LG전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밖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몇 개월 이상 내부적인 검토와 추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기업도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지속가능경영의 양적인 확산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그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기 위해서 좀 더 올바른 접근과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내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의 모습에서 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인식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경영방식의 한 도구로 판단하거나 기존의 경영전략과는 전혀 별개로 활동/추진/전략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관념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본다면 기업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영전략을 충실히 이행하고 성과를 낸 결과 영원히 Going Concern이 가능하다면 그 회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영전략이 바로 지속가능경영전략인 것이다. 즉, 지속가능경영은 기존의 전략과 별개의 개념이 아니며 기존에 간과하던 비재무적 부문의 전략적 경영활동을 의사결정의 중심에 가져다 놓는 것이다.
둘째는 추진조직의 문제인데, 몇몇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추진조직이 기획/전략부문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기존의 환경관리조직,사회공헌조직, 홍보관련 조직을 모태로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조직이 비상설조직의 형태로 운영이 된다는 것이 취약한 부분이다.결국 이러한 추진체계는 기업경영활동 전반을 다루는 지속가능경영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그 성과에 많은 제약이 따르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인식에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추진조직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지속가능경영의 추진이 Top-down 보다는 Bottom-up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이며 이와 함께 CEO의 Commitment가 부족한 현실을 들 수 있겠다. 즉 최고경영자의 관심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어 왔지만 타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서 국내 산업계의 현실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넷째는 지속가능성보고서 발간에 치중한 나머지 회사의 비전과 전략이 실행프로그램과 유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연결되어 표현되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의 입장에서 회사의 사업구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우리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지속가능성 이슈는 무엇인지,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의 향상을 어떻게 높이고 있는지, 이러한 주제에 대한 설명이 생략된다면 발전적인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위에 말한 4가지 보완사항은 국내 산업계의 지속가능경영 도입/추진 현실을 고려할 때 다소 무리가 있는 요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는 이 시점에 한 번 정도 지금까지의 추진동향을 검토해 보고 개선할 점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논의와 고민을 거쳐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라는 인식이 국내 산업계에 완전히 자리잡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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